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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

합천 화양리 소나무

sky_lover_ 2023. 6. 2. 11:04

- 화양리 소나무

 

합천군 북쪽 지역에 묘산면 화양리(華陽里)가 있습니다. 화양리는 화양, 하(下)나곡, 상(上)나곡 등 3개의 자연 마을로 되어 있습니다.

 

화양리 가장 북쪽에 상나곡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은 두무산에서 뻗어 내려온 시루봉 동쪽 해발 500m에 있는 오지 마을입니다. 국도에서 약 3.5km 산속으로 들어가 있으며, 19가구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 마을 앞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가 있습니다. 화양리 소나무입니다.

 

화양리 소나무

 

우리나라 소나무의 3대 명품으로 속리산 법주사 입구의 정이품송과 등기된 자기 땅을 가지고 세금까지 내는 예천 석송령(石松靈)과 우아하고 기품 있는 합천 화양리 소나무를 꼽습니다.

 

화양리 소나무는 을 아래쪽에 있어서 '할매소나무'로 불렸으며, 마을 뒷산에 더 큰 '할배소나무'가 있었는데 고사했다고 합니다.

 

상나곡 마을

 

연안 김씨(延安金氏)의 후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광해군 5년(1613년)에 연흥부원군 김제남이 영창대군을 왕으로 추대하려 한다는 모함을 받고 역적으로 몰려 3족이 멸하게 되자 김제남의 6촌 벌 되는 김규(金揆)가 도망 와서 이 나무 밑에 초가를 짓고 살았다고 합니다.

 

화양리 소나무

 

회양리 소나무는 3m 높이에서 줄기가 갈라져 다시 아래로 처지듯 자라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매우 독특하고 아름답습니다.

 

화양리 소나무

 

화양리 소나무는 껍질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고 줄기가 용처럼 생겼다 하여 구룡목(龜龍木)이라고도 합니다. 묘산면에 있다고 해서 묘산 소나무라고도 합니다.

 

화양리 소나무

 

소나무 줄기 중 하나는 껍질이 벗겨진 채 말라 죽어 있습니다.

 

화양리 소나무

 

마을 사람들은 화양리 소나무를 마을을 지켜주는 나무로 여기고 오랫동안 보호해 왔습니다. 그리고 매년 정월대보름에 소나무 주변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리고 당산제를 올립니다.

 

소나무 앞 골짜기

 

소나무 앞으로 기나긴 골짜기가 이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첩첩산중(疊疊山中)입니다.

 

찔레꽃과 소나무

 

소나무 앞 찔레는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무리 지어 핀 찔레꽃은 소나무에 바치는 한 다발 꽃송이 같습니다.

 

소나무와 하얗게 핀 찔레꽃은 오래전 역적으로 몰려 이곳 깊은 산속까지 도망쳐 소나무 밑에 초가를 짓고 살았다는 한 사내와 시인 이원규의 아버지를 연상시킵니다.

 

찔레꽃  - 이원규

아버지가 돌아왔다

제삿밥 물린 지도 오래
청춘의 떫은 찔레 순을 씹으며
뼈마디마다 시린 가시를 내밀며
산사나이 지리산에서 내려왔다


흑백 영정사진도 없이
코끝 아찔한 향을 올리며
까무러치듯 스스로 헌화하며
아직 젊은 아버지가 돌아왔다

어혈의 눈동자 빨간 영실들이야
텃새들에게 나눠주며
얘야, 막내야
끝내 용서받지 못할
차마 용서할 수 없는 내가 왔다


죽어서야 마흔 번
해마다 봄이면 찔레꽃을 피웠으니
얘야, 불온한 막내야
혁명은 분노의 가시가 아니라
용서의 하얀 꽃이더라

하마 네 나이 불혹을 넘겼으니
아들아, 너는 이제 나의 형이다


이승에 못다 한 인연
늙은 안해는 끝내 고개를 돌리며
네 걱정만 하더라

아서라 에비, 애비!
나보다 어린 아버지가 돌아왔다

시인 이원규의 아버지는 빨치산이었습니다. 전쟁이 휴전된 후 남한 땅에 남겨진 빨치산은 거의 섬멸되었지만, 시인 이원규의 아버지와 같은 패잔병들은 이름을 바꾸고 생활 속으로 도피했습니다. 고향의 아내에게는 밤에 몰래 도둑처럼 다녀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인 이원규는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화양리 소나무

 

수령: 약 540년. 높이: 17.7m. 가슴높이 둘레: 6.15m.
소재지: 합천군 묘산면 화양리 785-1.

 

(202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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