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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

함안 영동리 회화나무

sky_lover_ 2023. 2. 9. 06:58

- 영동리 회화나무

 

함안군 칠북면의 가장 남쪽에 영동리(榮東里)가 있습니다.

 

이곳은 광주 안씨(廣州安氏)의 집성촌으로, 영동(英東)과 동태(東泰) 두 마을이 있습니다. 영동 마을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골(內谷)이라는 골짜기가 있습니다. 이 골짜기에 안씨들이 처음 살았다고 하며, 안골 안씨 자손들이 골짜기 아래로 내려와 영동 마을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영동 마을은 성지 도사라는 사람이 마을을 지나면서 동네가 잘생긴 동네이므로 앞으로 큰 인물이 나올 것이라 하면서 마을을 보고 절을 하였다고 하여 절 배(拜) 자를 붙여 배영동(拜英洞)이라 부르다가 한일병합 후 영동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습니다. 동태 마을은 처음에는 무릉(武陵)이라고 부르다가 동쪽에 큰 산이 있어 동태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 영동리 회화나무

 

영동리에 함안을 대표하는 노거수가 있습니다. 영동리 회화나무입니다.

 

이 회화나무는 영동 마을 입구에 있습니다. 성종 13년(1482년)에 성균관 생원이었던 안여거(安汝居)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심은 것으로 전합니다. 그렇다면 나무 나이가 이미 500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 밑동

 

나무 밑동에 노거수에서 볼 수 있는 옹두리 혹이 있습니다.

 

노거수의 상징이기도 한 큼직한 이 혹은 나무가 오랜 세월 동안 온갖 풍파를 겪어온 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영동리 회화나무

 

나무 밑동에 금줄이 걸쳐져 있습니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마을을 지켜주는 신성한 나무로 믿으며, 매년 음력 10월 1일에 나무 앞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洞祭)를 지냅니다.

 

동제는 축문과 초헌·아헌·종헌관의 제례, 소원 빌기 등의 순으로 진행되며, 다음 날 아침에는 풍물을 치며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함께 빈다고 합니다.

 

- 영동리 회화나무

 

희재(希齋) 안종창(安鍾彰, 1865~1918)은 안여거의 후손으로 조선 말기 유학자입니다. 그는 이 회화나무에 대한 기문(記文)을 썼습니다. 이 기문 이름은 괴정기(槐亭記)입니다. 이 기문에서 그는 마을 사람들의 생활상과 회화나무를 사랑하는 이유를 적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자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높은 마루 앞의 놀만한 큰 정자나무와 그늘이 넓게 뻗친 큰 나무를 모두 정자라고 한다. 우리 마을 앞에는 북서쪽에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 나무의 크기는 수십 아름쯤, 높이는 수백 척쯤 되며, 그 그늘이 수백 명을 덮을 수 있다. 조용히 들어보면 피리 소리가 들리고, 오래 앉아 있으면 서리나 눈처럼 한기가 엄습해 온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나무 주위를 쌓아 대를 만들어 더위를 피하는 장소로 삼고 그 이름을 괴정이라고 하였다. 그 기특한 형상과 놀기 좋은 것은 비록 높은 마루의 큰 정자나무를 따를 수 없지만 사랑스러운 것은 서로 장단점이 있다.

 

웅건한 문필로 화려한 문지방에 이름을 붙이거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청아한 노래를 불러 사랑을 받거나, 옥소반과 옥 술잔이 바람 부는 기둥과 달이 비친 난간 사이에 낭자한 것은 부유한 자들이 사랑한 것이다. 이 회화나무는 봄이 되면 서쪽 밭으로 가기 위해 사방에서 쟁기를 지고 가다가 쉬고 오다가 쉬며 농사 외에 다른 말을 할 여가도 없이 오직 올바른 수양이 된 군자들이 자기의 직분으로 삼아 여유가 있으면 한가히 탁주를 마시고 푸른 나물을 먹으며 서로 모여서 북을 치고 풍년을 즐기거나 순박한 풍속을 강론한다.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이 시작되었을 때는 짐승을 희생하여 제사를 지내어 내년의 풍년을 기원하고 사당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 마을 사람들이 이 회화나무를 함께 사랑하는 것이다.

 

저 부유한 사람이 사랑하는 것은 곱고 미려하고 사치스러워 세상의 이익을 따지는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오래 지속할 수 있겠는가? 이 촌민들이 사랑하는 것은 담담하고 순박하며 세상의 이해득실과 영예와 치욕과 아무런 관계가 없이 천 년 백 년이 지나도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위하는 사람의 두텁고 얕고 앝고 깊은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나는 이곳에서 대대로 살면서 이 나무에 정을 붙이고 사는 사람이므로 그 사실을 기록하여 회화나무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린다.

 

- 영동리 회화나무

 

수령: 500년. 높이: 19.5m. 가슴높이 둘레: 5.78m.

소재지: 함안군 칠북면 영동리 895-9.

 

- 영동리 회화나무

 

환한 아침  - 이태수

새벽에 창을 사납게 두드리던 비도 그치고
이른 아침, 햇살이 미친 듯 뛰어내린다
온몸이 다 젖은 회화나무가 나를 내려다본다
물끄러미 서서 조금씩 몸을 흔든다
간밤의 어둠과 바람 소리는 제 몸에 다 쟁였는지
언제 무슨 일이 있기라도 했느냐는 듯이
잎사귀에 맺힌 물방울들을 떨쳐 낸다
내 마음보다 훨씬 먼저 화답이라도 하듯이
햇살이 따스하게 그 온몸을 감싸 안는다
나도 저 의젓한 회화나무처럼
언제 무슨 일이 있어도 제자리에 서 있고 싶다
비바람이 아무리 흔들어 대도, 눈보라쳐도
모든 어둠과 그림자를 안으로 쟁이며
오직 제자리에서 환한 아침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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