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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둔리 팽나무
노거수를 찾아 거제시 둔덕면 상둔리 옥동으로 향합니다.
옥동(玉洞)은 산방산(山芳山) 북동쪽 기슭에 있습니다. 이곳은 하둔(下屯)에서 7km쯤 골짜기 안으로 들어간 곳으로, 거제도에서 제일 깊은 산간벽지(山間僻地)입니다.

- 상둔리 팽나무
옥동(玉洞)이란 지명은 산방산 중봉인 옥녀봉(玉女峯)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산방산 계곡물이 옥(玉)과 같이 맑은 데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합니다.
예전에 이곳은 교통 요지였습니다. 지금처럼 도로가 생기기 전에 통영에서 견내량 해협을 건너서 둔덕골을 지나 구불구불한 옥동고개를 넘어 거제면 구읍으로 오갔습니다. 조선 시대 이 고갯길은 신관 사또의 부임길이자 한양 과거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고개 밑의 이곳 옥동은 주막촌이었다고 합니다.

- 상둔리 팽나무
옥동 마을에 산방산골로 들어가는 입구에 우람한 모습의 노거수가 있습니다. 노거수는 상둔리 팽나무입니다. 팽나무 뒤로는 멀리 산방산이 있습니다.

- 상둔리 팽나무
전하는 이야기로는 매년 팽나무 나뭇잎이 일제히 피면 풍년이 오고, 2, 3단계로 나누어 피면 흉년이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마을 사람들은 팽나무에 당산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액을 떨치고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날인 유두절(流頭節, 음력 6월 15일)에 술과 안주를 마련하여 제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한다고 합니다.
수령: 약 200년. 높이: 15m. 가슴높이 둘레: 3.8m.
소재지: 거제시 둔덕면 상둔리 180번지.

- 상둔리 팽나무
회화나무 그늘 - 이태수
길을 달리다가, 어디로 가려하기보다 그저 길을 따라 자동차로 달리다가, 낯선 산자락 마을 어귀에 멈춰 섰다. 그 순간, 내가 달려온 길들이 거꾸로 돌아가려하자 늙은 회화나무 한 그루가 그 길을 붙들고 서서 내려다보고 있다.
한 백 년 정도는 그랬을까. 마을 초입의 회화나무는 언제나 제자리에서 오가는 길들을 끌어안고 있었는지 모른다. 세월 따라 사람들은 이 마을을 떠나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했으며, 나처럼 뜬금없이 머뭇거리기도 했으련만, 두껍기 그지없는 회화나무 그늘.
그 그늘에 깃들어 바라보면 여름에서 가을로 건너가며 펄럭이는 바람의 옷자락. 갈 곳 잃은 마음은 그 위에 실릴 뿐. 눈 앞이 자꾸만 흐리다. 이젠 어디로 가야 할는지. 이름 모를 새들은 뭐라고 채근하듯 지저귀지만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
여태 먼 길을 떠돌았으나 내가 걷거나 달려온 길들이 길 밖으로 쓰려져 뒹군다. 다시 가야 할 길도 저 회화나무가 품고 있는지, 이내 놓아줄 건지, 하늘을 끌어당기며 허공 향해 묵묵부답 서 있는 그 그늘 아래 내 몸도 마음도 붙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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