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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애정
영천(永川) 귀애정龜厓亭)은 영천시 화남면 귀호리 구일마을 초입에 있습니다. 이 정자는 조극승(曺克承, 1803~1877)을 추모하여 세워졌는데, 정자 바로 옆에 조극승이 태어난 생가인 귀애고택(龜厓古宅)이 있습니다.
귀애정이 있는 이곳은 첩첩산중입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세거지를 연 이는 조극승의 고조(高祖)인 조명직(曺命稷)입니다. 그는 영천 지역에서 산림처사로 명망이 높았으며, 풍수지리에 능했다고 합니다. 영천 금호읍 창수마을 창녕 조씨 세거지에 살았는데, 좋은 집터와 묘터를 구하기 위해 영천 일대 산천을 샅샅이 찾아다닌 끝에 영조 43년(1767년)에 귀호리에 집을 짓고 정착했습니다.
- 사당
귀애정 옆에 조극승을 모신 사당이 있습니다.
조극승(曺克承, 1803~1877)은 본관이 창녕(昌寧)으로, 자는 경휴(景休), 호는 귀애(龜厓)입니다. 고조(高祖)는 조용석(曺龍錫)이며, 증조(曾祖)는 조명직(曺命稷)이고, 아버지는 조경섭(曺暻燮)입니다.
순조 31년(1831년)에 식년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부정자가 되었고, 헌종 6년(1840년)에 종부시주부·예조좌랑·사헌부감찰을 역임하고, 1845년에 성균관전적, 1849년에 사간원정언으로 선전관(宣傳官)을 겸직하였습니다. 그는 심학(心學)에 침잠하면서 학사(學社)에서 강론하였습니다. 고향에 은거하면서 유풍(儒風)을 진작시켜, 그 공로로 고종 12년(1875년)에 공조참의에 제수되었습니다. 저서로 <대학강록(大學講錄)>과 <귀애집(龜厓集)>이 있습니다.
- 귀애정
지금의 귀애정은 조극승이 후학을 가르치던 장소에 세워졌습니다. 그 시기는 1915년 또는 1916년쯤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앞의 연못을 제외한 세 면에 방형의 토석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담장 우측면의 중앙에 일각문을 세워 출입구로 이용하였습니다.
- 귀애정
귀애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一'자형 주 건물에 정면 1칸, 측면 3칸의 '|'자형 누마루 건물이 합해져 전체적으로 정면 4칸, 측면 3칸의 'ㄱ'자형 건물입니다.
- 현판
주 건물의 정면 오른쪽에 '귀애정'(龜厓亭)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이 이름은 '거북이 있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조극승의 호를 따서 지었습니다. 글씨는 김여락(金鋁洛)이 썼습니다.
귀애고택으로 들어오는 다리 옆 언덕에는 예로부터 신석기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고인돌이 2기가 있는데, 앞의 큰 고인돌은 남자의 무덤, 뒤의 작은 고인돌은 여자의 무덤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 고인돌이 거북이를 닮았고, 마치 거북이가 귀애고택으로 기어들어 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예전에는 고인돌 근처에 10여 개의 커다란 연못이 있었는데, 이 연못을 호수로 여겨 이 마을을 거북이와 호수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귀호리'(龜湖里)라 불렀습니다. 조극승은 거북이가 언덕 위에 있는 터에서 태어났다며 자신의 호를 '귀애'(龜厓)로 지었습니다.
- 현판
주 건물 정면 왼쪽에 '몽희헌'(夢喜軒)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몽희헌이란 이름은 '꿈속에서 기뻐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복사꽃 만발한 무릉도원에서 즐겁게 놀다 온 꿈같은 이야기가 연상되는 도가적 풍류를 담고 있습니다. 글씨는 이조참판을 지낸 조선 후기의 명필 조석원(曺錫元, 1817~?)이 썼는데, 조극승과는 6촌 형제입니다.
- 귀애정
누마루 건물에 '수월루'(水月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수월루'는 '연못 위에 비친 달'이라는 뜻으로, 그윽한 음풍농월의 풍류를 위해 연못을 파고 누마루가 지어졌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글씨는 조선 후기 이조판서를 지내고 명필로 이름난 조석여(曺錫輿, 1813~?)가 썼는데, 조극승과는 6촌 형제입니다.
- 귀애정
주 건물은 왼쪽에서부터 1칸의 온돌방 2개와 1칸의 대청으로 구성되어 있고, 앞면 전체에 반 칸의 마루를 깐 퇴칸이 있습니다.
- 귀애정
누마루 우측면의 쪽마루입니다. 평난간으로 가장자리를 꾸몄습니다.
- 육각정
귀애정 앞에 네모난 연못이 있습니다. 연못 가운데는 동그란 섬이 있고, 섬 위에 육각형의 정자가 세워져 있으며, 나무다리로 귀애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나무다리는 약 30여 년 전에 무너졌으나, 2009년에 복원되었습니다.
네모난 연못과 가운데의 둥근 섬은 동양의 전통적인 천문관인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을 나타냅니다.
- 귀애정
예로부터 귀애정이 있는 마을은 절경으로 유명하였습니다. 이에 조극승은 '귀애십영'(龜厓十詠)이라는 시를 지어 이곳 풍광을 노래하였습니다. 이 시는 <귀애집(龜厓集)>에 실려 있습니다. '귀애십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동쪽 산봉우리에서 맞이하는 달빛 풍경(東嶺邀月), 둘째, 서쪽 산에 떨어지는 낙조 풍경(西山落照), 셋째, 화악산(花嶽山)의 푸른 기운이 도는 풍경(花嶽靑嵐), 넷째, 현잠(賢岑) 봉우리의 단풍 절경(賢岑丹楓), 다섯째, 네모난 연못에 연기 같이 피어오르는 버드나무 모습(方塘烟柳), 여섯째, 앞의 시내에서 물고기 잡는 풍경(前溪釣魚), 일곱째, 후원 뜰에서 꽃을 바라보는 풍경(後園看花), 여덟째, 잡초가 우거진 평지에서 동자가 소를 키우는 풍경(平蕪牧牛), 아홉째, 울타리 아래의 가을 서리 낀 국화 모습(籬下霜菊), 열째, 산봉우리 위의 운무에 가려진 고독한 소나무 모습(嶺上孤松)입니다.
그 가운데 첫수인 동령요월(東嶺邀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숲속에 묻혀 있는 한 채의 누추한 집에서/ 林下一茅屋
태연한 마음으로 이 몸이 늙어가니/ 居然老此身
때때로 동쪽 언덕 위에 찾아오는 찬물같이 밝은 달빛/ 時來寒水月
천년토록 변함없이 맑은 정신 간직했네/ 千載是精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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