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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용의 뿔을 보았나요?

sky_lover_ 2015. 3. 17. 00:09

- 밀양 영원사지 귀부와 이수


양 영원사터(瑩源寺址)는 북쪽으로는 단장천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만어산, 서쪽으로는 산성산, 동쪽으로는 칠탄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 안에 있습니다. 지금 절터에는 민가와 대추나무밭이 들어서 있어 절터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영원사는 언제 세워졌으며, 언제 어떻게 사라졌을까요?


지금 그것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진성여왕 7년(893년)에 건립된 수철화상능가보월탑비(秀澈和尙楞伽寶月塔碑)에 '왕(경문왕)이 단의장옹주(端儀長翁主)에게 명을 내려 수철화상을 양주(良州)의 심원산사(深源山寺)에서 실상사로 옮기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심원산사가 영원사의 다른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경문왕(재위: 861년~875년) 때 이미 영원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 명종 22년(1576년)에 김종직을 배향한 서원이 이곳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 이전에 절이 폐사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영원사터


마을 입구에 있는 마을회관을 지나 개천을 따라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면 주위가 온통 대추나무밭들인데, 이 일대가 모두 절터입니다. 옛 영원사의 흔적은 이곳 대추나무밭 한쪽에 깨알만큼 조금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 흩어져 있던 깨어진 석불이랑 부도랑 귀부와 이수를 한곳에 모아 놓았습니다. 모두 깨어졌거나 부서졌지만, 그나마 나은 것이 귀부와 이수입니다.


- 귀부와 이수


비는 귀부와 이수만 남았고, 비신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 귀부


귀부는 머리를 빳빳이 세우고 부리부리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코에는 굵은 끈과 같은 코털이 뒤로 휘날리고, 입에는 여의주를 물고 있습니다.


- 귀부 머리 옆모습


날카로운 송곳니가 입술을 삐져나와 사나움을 더하고, 양 뺨에는 갈기와 같은 수염이 뒤로 휘날립니다.


- 이수


잘 알아볼 수는 없지만, 이수의 제액(題額)에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불전지기(佛殿之記)'라는 글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이 비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밀양읍지에 "영원사 옛터에 고려시대 이제현(李齊賢)이 쓴 보감국사(寶鑑國師)의 비석이 있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록에 근거해 보감국사 부도비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 이수 윗면 모습


이수의 윗면에는 양 끝과 가운데에 각각 구멍이 나 있습니다. 아마도 이곳에 보주와 같은 장식물을 따로 만들어 끼워 넣은 듯합니다.


- 이수 뒷모습


이수 앞면과 뒷면의 모습은 거의 같습니다. 이곳에는 고사리 모양의 구름 속에 각각 4마리씩, 모두 8마리의 용이 있습니다.


- 귀부 옆모습


귀부는 배를 바닥에 찰싹 들어 붙이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바닥 안으로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비좌


비좌 윗면에는 복련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양 옆면에는 앙증맞은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 비좌 옆면의 문양


비좌 면의 문양입니다. 무엇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나요? 구름 문양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이나요?


- 귀부 머리 윗면 모습


귀부 머리 위쪽에 구멍이 하나 나 있습니다. 뿔이 없으면 용이 아니지요. 그래요. 뿔을 끼워 넣었던 것으로 보이는 구멍입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어떤 모습의 뿔을 끼워 넣었을까요?


- 이수에 새겨진 용


귀부 머리의 뿔 모습은 이수에 새겨진 용의 모습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이수에 새겨진 용의 모습을 한 번 보시죠. 보이세요? 이마에서 뒤로 길게 뻗은 뿔을...


- 이수에 새겨진 용의 뿔


어떠세요. 좀 더 잘 보이나요?


- 연곡사 동부도비의 귀부 머리


연곡사 동부도비에는 귀부 머리에 난 뿔의 모습이 용케도 잘 남아 있습니다. 영원사지 부도비 이수에 새겨진 용의 뿔과 많이 닮았죠? 이 뿔의 모습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았던 용의 뿔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 귀부 뒷모습


영원사지 귀부에는 세월의 상처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비신도 없어졌고, 뿔도 잃어버렸으며, 등 뒤쪽에는 길고 뚜렷한 금까지 나 있습니다.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귀부는 바닥에 배를 깔고 그저 앞을 향해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껏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 몸을 일으켜 큰 발걸음을 내디딜 그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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