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쌍계사 육조정상탑
- 쌍계사 금당
하동 쌍계사 금당(金堂)은 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건물 앞면에는 '육조정상탑(六祖頂相塔)'과 '세계일화조종육엽(世界一花祖宗六葉)'라 쓴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이 편액은 추사 김정희가 쓴 것으로, 원본은 쌍계사 성보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금당은 쌍계사 창건설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선종육조혜능대사정상동래연기(禪宗六祖慧能大師頂相東來緣起)>라는 필사본이 쌍계사에 전합니다. 그것에 따르면, 신라 성덕왕 때 혜능 스님을 만나보기를 원했던 삼법(三法) 스님이 당나라에 들어가서 이미 입적한 혜능 스님의 머리를 몰래 훔쳐 석함(石函)에 넣고 귀국해 지금 금당이 있는 곳에 안치하고 화개난약(花開蘭若, 한적한 절을 뜻함)을 세웠으며, 그 후 화재로 건물이 소실된 터에 신라 민애왕 때 진감선사가 육조진전(六祖眞殿)을 세웠다고 합니다.
- 육조정상탑
금당 내에는 불상 대신에 탑이 모셔져 있습니다. 탑 이름은 '육조정상탑(六祖頂上塔)'입니다. 혜능 스님의 머리 탑이란 뜻입니다.
탑은 단층기단 위에 칠층탑신이 올려진 형태로, 연화대좌 형식의 기단부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원래 인근 목압사(木鴨寺)에 있던 것을 1800년대에 용담(龍潭) 스님이 옮겨왔다고 전합니다.
- 기단부
기단부는 팔각원당형의 연화대좌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저석과 복련석 1매, 앙련석 1매로 되어 있습니다.
- 탑신부
탑신부는 3층 지붕돌과 4층 몸돌, 5층 지붕돌과 6층 몸돌, 7층 몸돌과 지붕돌과 상륜부 노반이 한 돌이고, 나머지 부분은 각각의 돌로 되어 있습니다. 몸돌에는 모서리기둥이 있고, 지붕돌의 낙수면은 완만하게 내려오다가 전각에서 반전이 있습니다.
- 육조정상탑
'육조정상탑'이란 탑 이름은 금당이 있는 이곳에 혜능 스님의 머리를 안치했다는 이야기에 따른 것입니다. 과연 이야기처럼 그럴까요?
지금 중국 광동성 소관시(韶關市)에 있는 남화사(南華寺)에 완전한 모습의 혜능 스님 불괴법신(不壞法身)이 모셔져 있습니다. 중국 측의 고문헌 따르면 이 불괴법신은 송·명·청대에 걸쳐서 봉안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쌍계사 금당이 있는 곳에 혜능 스님의 머리를 안치했다는 <선종육조혜능대사정상동래연기(禪宗六祖慧能大師頂相東來緣起)>의 내용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이야기가 전하게 된 것일까요?
아마도 혜능 스님에 대한 지극한 존경심과 함께 "중국에서 선종이 쇠퇴해 자취를 감추었을 때 동이(東夷)에서 물으면 된다."는 중국 선사의 말처럼 우리나라가 선(禪)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후대에 이런 이야기가 꾸며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