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왕릉의 원숭이상
- 성덕왕릉의 원숭이상
성덕왕릉의
십이지상은 여러모로 눈길을 끕니다.
다른 신라 왕릉의 십이지상은 모두 부조(浮彫, 돋을새김)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성덕왕릉의 십이지상은 환조(丸彫, 둥글새김)로 되어 있습니다.
환조는 부조보다
만드는 데 힘은 들지만 뛰어난 입체감으로 훨씬 사실적입니다.
- 원숭이상
신라 왕릉에서 성덕왕릉의
십이지상은 환조로 된 유일한 것이며, 십이지상 가운데 가장 먼저 조성되었습니다. 이 십이지상 가운데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것 하나가
경주박물관에 있습니다.
그것은 원숭이상인데, 얼마 전부터 박물관 중앙 복도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원숭이상은 서 있는 자세로
오른손에 긴 칼을 땅을 향해 쥐고 있습니다. 옷은 갑옷을 입었고, 대수장포(大袖長袍)라는 큰 소매를
하였습니다.
- 원숭이상
원숭이상의 뒷모습입니다. 앞부분보다 마모가 심해 세밀한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신라 왕릉 가운데 호석에 부조로 십이지상을 새긴
왕릉으로는 괘릉, 경덕왕릉, 진덕여왕릉, 헌덕왕릉, 흥덕왕릉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헌덕왕릉에선 원숭이상이 없어져, 괘릉, 경덕왕릉,
진덕여왕릉, 흥덕왕릉에만 원숭이상이 있습니다. 이 원숭이상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 원숭이상(왼쪽: 괘릉, 오른쪽: 경덕왕릉)
괘릉과 경덕왕릉의 원숭이상입니다. 모두 서 있는 자세로, 갑옷을 입었습니다. 괘릉의 것은
오른손에 칼을 들었고, 경덕왕릉의 것은 오른손에 창을 쥐었습니다.
이 두 곳의 원숭이상 조각 솜씨는 뛰어나지만, 성덕왕릉의 것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것은
부조라는 조각이 갖는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원숭이상(왼쪽: 진덕여왕릉, 오른쪽: 흥덕왕릉)
진덕여왕릉과 흥덕왕릉의 원숭이상입니다. 모두 서 있는 자세로, 갑옷을 입었습니다. 진덕여왕릉의 것은
오른손에 칼을
위로 향해 들었고, 흥덕왕릉의 것은 왼손에 칼을 아래로 향해
쥐었습니다.
그런데 진덕여왕릉의 것을 제외한 나머지 셋은 그 조각
솜씨가 서로 엇비슷합니다. 그러나 진덕여왕릉의 것은 많이 뒤떨어집니다. 그러니 진덕여왕릉의 것은 가장 늦게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그 시기는 통일신라 말로
짐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