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사터 석조여래좌상, 그리고 잔인한 달
- 간월사터 석조여래좌상
언양 등억온천단지 안에 간월사터(澗月寺址)가 있습니다. 이 절은 신라 진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세운 것으로 알려졌고, 한때는 큰 규모를 갖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절은 없어졌고, 지금은 절터만 남았습니다.
이곳 보호각 안에 석조여래좌상이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까지만 해도 불상 앞에 간이 불단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말끔히 치워졌습니다. 이제는 불상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불상은 오랫동안 노천에 방치되었던 탓에 광배는 없어졌고, 대좌 또한 완전하지 못합니다.
- 불대좌의 안상무늬와 사자상
지대석 위에는 안상무늬가 새겨진 받침돌이 놓여 있습니다. 다른 곳에 쓰였던 것이 아닌가 싶은 받침돌입니다. 그 위에 안상무늬 안에 사자상이 새겨진 하대저석이 놓여 있습니다. 이곳의 사자상들은 얼핏 보면 같은 자세로 보이지만, 각기 조금씩 다릅니다.
- 불대좌의 사자상
사자상은 뜻밖에 세밀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보이세요? 사자의 두 콧구멍까지 새겨져 있습니다.
- 불대좌
하대저석 위의 하대석에는 복련(覆蓮)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복련에는 귀꽃이 봉곳이 솟아 있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깨어졌습니다. 복련이 새겨진 하대석 위에는 제법 두툼하게 솟은 받침 같은 게 있습니다. 그런데 중대석 받침으로 보기에는 너무 높습니다. 그 위에 별도의 중대석이 없이 상대석이 바로 놓여 있습니다.
상대석은 불상이나 하대석과 과연 제 짝일까 싶을 정도로 크기가 큽니다. 이곳에는 앙련(仰蓮)이 새겨져 있습니다.
- 간월사터 석조여래좌상
불상은 어깨가 좁고 가슴도 빈약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깔끔한 모습입니다.
얼굴은 원만하고, 목에는 삼도가 뚜렷합니다. 수인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였고, 오른손은 파손되어 없어진 것을 후에 수리하였습니다. 자세는 결가부좌를 하였습니다. 법의는 통견(通肩)으로, 몸에 밀착되어 신체의 윤곽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 간월사터 석조여래좌상
지금 나라 전체가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아직 피어나지 못한 꽃송이 같은 숱한 생명이 허무하게 죽었습니다. 이 일은 부도덕한 선박업자와 무능한 정부가 함께 빚은 참사입니다. 또한, 생명보다는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금의 세태로 말미암은 것이기도 합니다.
누가 그랬나요?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이 일 또한 잊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유가족의 가슴속에 맺힌 한은 과연 잊어질 수 있을까요? 이 모든 게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