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죽림마을 할매미륵
- 거제도 죽림마을
봄의 전령은 남쪽 바다 쪽으로부터 옵니다. 거제도에도 동백꽃이 많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미리 봄을 느끼기 위해 거제도로 향합니다.
거제도 죽림마을은 주위가 야트막한 구릉으로 둘러싸인 어촌마을입니다. 예전에 이곳에 대나무가 많이 자라 대숲개(竹林浦)라 불렸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을 앞쪽 바다는 쪽빛입니다. 지금 이곳 주민들은 굴 종패작업 준비로 한창 바쁩니다.
- 미륵불당
이곳 바닷가에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고목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 당집이 있습니다. 미륵불당(彌勒佛堂)입니다. 지금은 당집 앞으로 방파제가 들어서 조금 넓어졌지만, 이전에는 당집이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었습니다.
당집은 돌벽으로 되어 있고, 알루미늄 문이 달렸습니다. 이것으로 보아 다시 지은 지 그다지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당집 안에는 곤발레 할머니가 기도드렸다는 미륵이 있습니다. 곤발레 할머니는 1885년 큰 흉년이 들었을 때 이곳 아이들을 굶주림으로부터 구했다고 합니다.
- 할매미륵
당집 안의 미륵을 '할매미륵'이라고 합니다.
할매미륵은 바다를 등진 쪽으로 향해 있으며, 누가 세운 것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생김새는 소박하면서도 투박합니다. 머리 부분은 그나마 그런대로 모습을 갖추었으나, 목 아래로는 팔과 다리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섰는지 앉았는지조차 애매합니다.
이곳에는 할매미륵 말고 다른 미륵불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먼 옛날 큰 폭풍우 때 2개의 미륵불(할아버지 할머니 미륵불)이 떠 오다 하나는 마을 앞바다에 빠졌다고 합니다. 바다에 빠진 미륵불은 할머니 미륵불이었습니다. 바닷물이 빠질 때 1년에 한두 번 이 미륵불을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 할매미륵
할매미륵은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띠었습니다. 그 모습이 연상 우리네 할머니 모습입니다. 곤발레 할머니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아하~ 그래서 이 미륵을 이곳 마을 사람들이 할매미륵이라고 부른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할매미륵
이곳에 전하는 대숲개 곤발네 할머니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곤발네는 젊어서 남편을 여이고 아들딸 없이 오두막 단칸방에서 홀로 지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밭일과 고기잡이 뒷일, 그리고 바느질해서 받은 품삯을 차곡차곡 모아두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칠십이 넘은 곤발네 할머니는 모아둔 돈으로 밭을 사 수수와 조를 심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1885년 가을에 큰 흉년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은 칡을 캐고 해초를 뜯어 힘들게 살아갔고, 아이들은 굶주림으로 위태로웠습니다.
아이들을 살릴 방법을 궁리하던 곤발네 할머니는 밭에서 수확한 수수와 조로 엿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엿을 아이들에게만 먹일 요량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깨끗이 씻은 오줌통에 엿을 넣어 담장 밑 뒷간 옆에 숨겨 두고, 어른들이 일을 나간 사이에 아이들에게 먹였습니다. 곤발네 할머니가 엿을 만들 수수와 조가 떨어질 무렵 마침 봄이 왔습니다. 이때부터 봄나물이 나고, 아이들은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