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있는 당간지주들

- 사천왕사터 당간지주
천 년 신라 고도인 경주에는 한때 하늘의 별만큼 많은 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많던 절은 사라지고 몇몇만이 남았습니다.
이러한 절과 절터를 나타내는 것들로는 탑이나 불상이 대표적이지만, 당간지주 역시도 이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경주에 남아 있는 당간지주의 수는 얼마쯤 될까요? 그래서 한 번 정리해 보았는데,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어디 한 번 살펴볼까요?
먼저 사천왕사터 당간지주입니다. 사천왕사는 문무왕 19년(679년)에 창건된 절입니다. 사천왕사터 당간지주도 그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 망덕사터 당간지주
망덕사는 신문왕 5년(685년)에 세워진 절입니다. 망덕사터 당간지주도 그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후대로 보는 견해도 없지 않습니다.

- 구황동 당간지주
구황동 당간지주는 분황사 바로 남쪽에 있는 당간지주입니다. 당간지주가 서 있는 이곳은 분황사와 황룡사터가 서로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 당간지주는 분황사에 속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만일 이 당간지주가 분황사 창건(선덕여왕 3년, 634년) 당시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당간지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보다 후대인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당간지주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거북 모양의 간대(竿臺)가 있습니다.

- 삼랑사터 당간지주
삼랑사는 진평왕 19년(597년)에 창건된 절입니다. 삼랑사터 당간지주 역시도 절의 창건시기보다는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대략 통일신라시대 전성기인 8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요? 당간지주의 모양도 앞서 본 당간지주와는 사뭇 다릅니다.

- 불국사 당간지주
불국사에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간지주 둘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간혹 괘불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양을 보면 당간지주로 보아야겠지요.
이 둘은 그 생김새도 조금씩 다릅니다. 왼쪽 것은 삼랑사터 당간지주와 서로 닮았습니다. 짐작건대 둘 가운데 하나는 원래부터 이곳에 있던 것이 아니고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은 아닐까요?

- 남간사터 당간지주
남간사터 당간지주는 경주 남산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당간지주입니다. 남간사는 최소한 신라 헌덕왕 이전에 세워진 절이므로, 당간지주가 만들어진 시기는 8세기경으로 추정됩니다.

- 보문사터 당간지주
보문사터 당간지주는 금당터 서쪽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문(普門)'이라 쓰인 기와 조각이 발견되어 절터 이름이 알려진 것 외에는 보문사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이곳에 남아 있는 유물들로 미루어 보아 통일신라시대에 있었던 절로 짐작됩니다. 그러니 당간지주도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 보문리 연화문 당간지주
보문리 연화문 당간지주는 보문사의 당간지주인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습니다. 먼저 이 당간지주가 있는 곳이 금당터와는 거리가 꽤 먼 곳입니다. 그런데다가 보문사터에는 금당터 부근에 당간지주가 있습니다. 같은 절에 당간지주가 둘 있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그러니 이 당간지주를 보문사의 당간지주로 보기에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당간지주에서는 특이하게도 다른 당간지주에서는 보기 어려운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만들어진 시기는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됩니다.
앞서 소개한 당간지주 외에도 황룡사터 당간지주(파손이 심하여 아주 작은 일부분만 있음)와 황룡사터 서편 당간지주(동쪽 지주 상부 파손)가 있습니다. 또한, 복원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거나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는 오릉 내 지표에 묻혀 있는 당간지주와 소금강산 표암제 내의 파손된 당간지주, 그리고 집경전터 내의 주전지 덮개돌로 쓰이고 있는 당간지주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