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어둠이 내릴 때의 효현리 삼층석탑

sky_lover_ 2013. 11. 27. 07:40

- 경주 효현리 삼층석탑

이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이제 완연히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울긋불긋하게 차려입은 나무들이 하나둘씩 앙상한 알몸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모든 게 얼어붙는, 춥고 긴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겨울은 인고의 계절입니다. 하지만 이 겨울을 견뎌내면
다시 봄이 찾아옵니다. 이런 혹독한 겨울이 있기에 그만큼 봄이 더 기다려지고,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우리 삶에서도 누구나 한 번쯤은 혹독한 겨울처럼 견디기 힘든 때가 있지요. 그런 때를 묵묵히 잘 견뎌내다 보면 한층 성숙해지곤 합니다.

효현리 삼층석탑을 찾은 때, 짧은 해가 지고 사방에 땅거미가 서서히 깔리기 시작합니다.

- 효현리 삼층석탑 표지판

마을 입구 길가에 표지판이 있습니다. 표지판에는 '효현리 삼층석탑'이란 글자가 선명합니다. 이곳에 서서 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면, 조금 떨어진 곳에 탑이 보입니다.


- 효현리 삼층석탑

이곳 절터에서 남은 것은 석탑뿐입니다. 한때 있었던 절은 이미 사라졌고, 그 자리를 집과 논밭이 차지했습니다. 그러면 이곳에는 어떤 절이 있었을까요?

<동경잡기(東京雜記)>에 의하면, 애공사(哀公寺)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삼국유사>에는 태종무열왕이 죽자 애공사 동쪽에 장사를 지내고 비석을 세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 산너머 바로 동쪽에 태종무열왕릉이 있습니다. 이곳이 정말 애공사터일까요?

- 효현리 삼층석탑

탑은 자그마하며, 단순하면서도 예쁩니다. 이런 단정함이 좋습니다. 이리저리 화려하게 장식된 탑보다 오히려 더 마음이 끌립니다.


- 기단부

기단부는 이층기단입니다. 기단 면석에는 모서리기둥과 1개의 가운데기둥이 새겨져 있습니다. 신라 전성기 탑보다 크기도 작아졌고, 기단부도 이렇게 간략화되었습니다. 신라의 힘이 기우니, 탑도 그것에 따르게 되나 봅니다.

- 탑신부

몸돌과 지붕돌은 크기는 작지만, 참 정연합니다. 어디 하나 군더더기 없이 끼끗합니다. 그야말로 눈맛이 시원합니다. 아름다움은 화려함보다는 이런 단순함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효현리 삼층석탑

어느덧 주위가 깜깜해져 갑니다. 그 어둠 속으로 탑도 함께 잠겨 듭니다. 탑을 둘러보는 동안 잊고 있었던 초겨울의 스산함이 스멀스멀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