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합천 치인리 마애불

sky_lover_ 2013. 10. 15. 10:45

- 합천 치인리 마애불로 가는 산길

천 치인리 마애불이 있는 그곳으로 가는 산길은 황홀합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셋이 가면 좋고, 둘이 가면 더욱 좋고, 혼자 가면 가장 좋은, 그런 길이 있다고. 합천 치인리 마애불로 가는 산길이 바로 그런 길입니다.

- 합천 치인리 마애불로 가는 산길

숲으로 들러 싸인 산길에는 이미 낙엽이 깔렸습니다.

산길은
흙길과 돌길이 번갈아 가며 이어지며, 봉우리로 오르는 마지막 300m를 빼곤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물소리를 벗 삼아 자신과 대화하며 1시간 남짓 걷다 보면 어느새 마애불이 있는 그곳에 닿을 수 있습니다.

- 합천 치인리 마애불

마애불은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그 시기는 9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마애불을
'중봉 마애불'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해인사를 뒤로 돌아 산길을 따라 2.6km쯤 오르면 닿는 산봉우리, 중봉(中峯)에 마애불이 있기 때문입니다.

- 합천 치인리 마애불

마애불은 거대한 바위를 약간 다듬은 후 두광과 불신을 돋을새김으로 새겼습니다. 신광은 따로 새기지 않았지만, 바위가 자연스럽게 그 구실을 합니다. 크기는 머리 높이만 해도 1.7m에 이를 만큼 거대합니다. 전체 높이는 7.5m, 몸길이는 5.8m에 이릅니다.


법의는 통견으로, 어깨에 걸쳐진 옷은 두꺼워서 몸의 굴곡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왼쪽 어깨에서 매듭이 지어져 고리로 붙들어 맨 독특한 착의법은
고승의 영정에서도 더러 볼 수 있습니다.

- 윗부분

머리는 소발이고, 육계는 큼직합니다. 머리 뒤에 크고 둥근 두광이 있는데, 아무런 무늬도 없습니다.

얼굴은 아무리 보아도 그다지 정감이 가질 않습니다.
미소가 없는 둔중한 얼굴에 눈꼬리가 위로 치켜졌으며, 인중은 짧고, 입술은 작고 두툼합니다. 턱에는 군살이 졌고, 목에는 삼도가 뚜렷합니다. 어깨는 넓고 당당합니다. 무뚝뚝한 사내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마애불의 두 손을 바라보면, 그런 느낌이 조금 달라집니다.

오른손은 어깨까지 들어 올려 엄지와 가운뎃손가락을 맞대었고, 손바닥이 보입니다. 왼손은
가슴에 대고 손등을 보이고 있는데, 검지는 길게 폈고 나머지 손가락은 구부렸습니다. 두 손은 곰살궂다 싶을 만큼 자상합니다. 불상 전체가 남성적이라면 손만큼은 여성적입니다. 이 마애불에서 가장 오래 눈길이 머물게 되는 곳입니다.

- 아랫부분

가슴을 넓게 드러낸 법의는 U자형으로 주름을 이루며 발등까지 흘러내렸습니다. 아랫부분에는 두 발을 따로 만들어 끼우기 위한 둥근 홈이 나 있고, 그곳에 자그마한 두 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 옆 모습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 윗면에는 빗물이 앞으로 흘러내리지 않게 양옆으로 길게 홈이 파여 있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때가 오전 9시쯤이었습니다.
어제 태풍이 지나간 때문인지,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 때문인지, 주위는 한산했습니다. 덕분에 마애불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30분 남짓 흘렀습니다.

주위가 조금씩 붐비기 시작합니다. 언제까지 여기에 머물 수는 없는 법, 이제 내려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올라왔던 그 길을 되짚어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