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립미술관 전시의 그림 두 점...
不在: 시화, 강신석, 김춘수, 1978, 종이에 파스텔, 펜, 40x31cm, 개인소장
2025년 2월 초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에서 화가 강신석의 그림 두 점을 만났습니다.
강신석(姜信碩, 1916~1994)은 시인 김춘수(金春洙, 1922~2004)와 인연이 깊었습니다. 1953년 마산 백랑다방에서 '김춘수·강신석 시화전'을 개최해 '오랑캐꽃' 등 20여 점의 시화를 발표하였다는 기사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의 시화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들의 시화 중 확인되는 것은 대구에서 다시 열린 '김춘수·강신석 시화전'의 출품작 '부재(不在): 시화'가 유일합니다. 이 작품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무상함을 표현한 김춘수의 시와 강신석의 텅 빈 찻사발이 인생무상을 나타내는 쓸쓸함을 고조시킵니다.
가오리, 강신석, 1972, 종이에 파스텔, 44x37cm, 경남도립미술관 소장
강신석은 파스텔 특유의 농밀한 발색과 질감을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하여 '파스텔 화가'로 불렸습니다. 그는 경남의 원로 미술인들에게 호방하고 탐구적인 예술가로 회자되는데, 그가 남긴 그림에서도 그의 성격이 배어 나오는 듯합니다.
이 그림은 마산 어시장의 마른 가오리가 배를 드러낸 모습을 그리고, 하단에 다음과 같은 짧은 시를 남겼습니다. 풀리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가오리에 빗대어 소탈하고 해학적인 표현을 하였습니다. 그림과 시를 한 폭에 자유롭게 표현하여 그의 화풍의 진가를 보여줍니다.
가오리 가오리
나를 달머 못난 새야
波市(파시)에 가서 탁배기 한 잔 어더 먹고
五色(오색) 구름 헤치며 하늘 높이 솟아라
自像畵(자상화)
화가 강신석(姜信碩, 1916~1994)은 충북 괴산 출신으로 일본 동경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중국 하얼빈공업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다 1945년 해방 후 귀국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1950년대 초반에 해군 종군화가단에 소속되어 부산과 마산에서 활동하였으며, 마산에 정착하여 창작활동을 계속하였습니다. 마산고등학교와 부산 동아대학교 미술학과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그림은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파스텔의 강렬한 색감과 질감을 살려 매력적인 시각적 요소를 끌어내었습니다.
* 글 일부는 경남신문의 '한국미술을 빛낸 경남의 거장들' 기사에 가져왔습니다.
(202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