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탑골 부처바위의 북면
- 부처바위의 북면
경주 남산 탑골에 있는 부처바위의 4면에는 다양한 형상의 조각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 북면에 새겨진 조각은 마치 한 폭의 괘불 탱화를 보는 듯합니다.
바위 면 가운데에 부처님이 앉아 계십니다. 석가여래 부처님입니다. 부처님 위로 천개(天蓋)가 공중에 떠 있고, 양쪽으로 목탑이 있습니다. 목탑 아래에는 사자가 지키고 있고, 위로는 비천이 날고 있습니다. 이 바위 밑에 샘까지 있으니 더욱 신비스럽습니다.
- 마애여래상
부처님의 표정은 밝고 단정합니다. 둥근 두광에는 햇살 같은 무늬를 새겨 넣어 부처님의 얼굴이 밝고 생기 넘칩니다. 앉아 있는 연화좌대는 꽃잎이 4개인데, 2개의 꽃잎이 비행기 날개처럼 옆으로 길게 뻗어 있어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합니다.
부처님 머리 위로 천개가 있습니다. 천개는 인도와 같이 더운 나라에서 햇빛을 가리기 위한 것인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신분을 돋보이려는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법당이나 궁궐의 옥좌 위에 천개를 만들어 얹었습니다. 신라시대 천개가 남아 있지 않은 지금 그 모습을 이 조각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 마애탑
북면에 새겨진 조각의 하이라이트는 목탑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아 있는 않는 신라시대 목탑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이곳에는 9층 목탑과 7층 목탑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들 목탑은 이층 기단 위에 탑이 서 있는데, 지붕의 처마 끝에 매달린 풍탁뿐만 아니라 상륜부의 모습도 뚜렷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상륜부는 위로부터 보주, 용차, 수연, 수많은 풍경이 달린 5개의 보륜, 앙화, 복발, 노반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9층 목탑 위로는 비천이 날고 있습니다.
- 사자상
목탑 아래에는 사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자는 불국정토를 지키는 성스러운 짐승입니다.
먼저 9층 목탑 아래에 새겨진 사자를 보면, 입을 크게 벌리고, 오른쪽 발은 힘차게 땅을 딛고 왼발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 사자는 암사자로 여겨지며, 꼬리가 깃발처럼 3갈래로 날리고 있어 그 모습이 천마총의 천마도 말꼬리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7층 목탑 아래에 새겨진 사자상은 입을 다물고 오른발을 들고 있는데, 꼬리가 좀 더 복잡합니다. 목에 긴 털이 많은 것으로 보아 수사자로 여겨집니다.
목탑 아래 새겨진 사자 가운데 입을 벌린 사자는 '아'사자라고 하고, 입을 다문 사자는 '훔'사자라 합니다. 사자의 모습을 굳이 이렇게 표현한 것은 이들 사자가 닫힌 세계와 열린 세계, 즉 음과 양을 합친 온 누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