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거수

함안 무기연당 소나무

sky_lover_ 2023. 2. 11. 07:17

- 무기연당

 

함안군 칠원면 무기리에 있는 무기연당(舞沂蓮塘) 이인좌의 난 때 의병을 일으킨 국담(菊潭) 주재성(周宰成, 1681~1743)이 1717년 이후 별당에 조성한 전통 정원입니다. 이곳은 조선 후기 연당(蓮塘)과 석가산(石假山)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기연당의 '무기(舞沂)'는 <논어(論語)> 선진(先進) 편에 공자가 제자들에게 장래의 희망을 묻자 모두 벼슬길에 나갈 포부를 밝혔지만 증점(曾點: 증자(曾子)의 아버지)은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쐰 후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습니다.(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대답한 대목에서 따온 것입니다. '무기'란 이름은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자연에 묻혀 지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무기연당의 본래 이름은 국담(菊潭)입니다. 국담은 주재성의 호이기도 합니다. 무기연당은 당시 사대부가 만든 연당의 정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연당 내 석가산은 국내에서 가장 보전이 잘 된 전형적인 것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 하환정도(何換亭圖), 19세기 중반, 작자 미상, 함안박물관 소장

 

함안박물관 소장의 <화환정도(何換亭圖)>입니다.

 

<하환정도>는 주씨 가문에 가보로 전해 내려오던 작자 미상의 정원도(庭園圖)입니다. 이 그림은 1860년에서 1869년 사이의 무기연당과 일대를 그린 것으로, 무기연당의 원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줍니다. 이 그림에서 지금의 무기연당 모습이 <하환정도>에서 보이는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환정도>는 연당을 중심으로 하환정(何換亭), 풍욕루(風浴樓), 한서문(寒棲門) 등의 건물과 석가산, 봉황석(鳳凰石), 납두석(衲頭石), 탁영석(濯纓石), 귀두석(龜頭石), 행단(杏壇), 목가산(木假山) 등과 같은 경관 요소와 몇 그루의 수목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연당 아래쪽에 지금은 훼철된 기양서원(沂陽書院)과 정충비각(旌忠碑閣) 등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연당 위쪽에 작대산(爵大山) 아래에 유회정(有懷亭)과 방지(方池), 석가산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 하환정과 풍욕루

 

하환정(何換亭)과 풍욕루(風浴樓)입니다.

 

난간과 한 칸짜리 방이 있는 하환정(何換亭)의 '하환(何換)'은 '자연에서의 삶을 어찌 벼슬길과 바꾸겠느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주재성이 국난에 임하여 소임을 다하였지만, 국왕의 간청에도 벼슬길로 나가지 않고 자연과 함께 초야에 머무르며 여생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재성의 장자인 주도복(周道復, 1709~1784)이 1777년에 쓴 <하환정중수기(何換亭重修記)>에 "정유년(1717년) 봄에 군사를 모아 단(壇) 밑에 못을 파고 물고기를 길러 낚시터로 하였으며, 무신년(1728년)에 군사를 이끌고 돌아오고서는 단 위에 정자를 짓고 '하환'이라 하였다."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무기연당의 조성 연대를 1728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즉 무기연당은 이인좌의 난이 일어나기 11년 전인 1717년에 이미 조성되었고, 이인좌의 난을 평정한 후 1728년에 중심 시설인 하환정이 세워졌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 풍욕루

 

댓돌을 높이 쌓아 누각 형태로 조성한 풍욕루(風浴樓)의 '풍욕(風浴)'은 '바람에 몸을 씻는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풍욕은 '무기(舞沂)'의 유래와 같이 <논어(論語)> 선진(先進) 편에 나오는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쐰 후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다(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는 구절에서 유래합니다.

 

풍욕루는 원래 무기연당에 있었던 건물은 아니었습니다. 둘째 아들인 주재성의 형님 후손인 주봉상(周鳳祥, 1752~1813)이 1788년경 혹은 그 이전에 가문의 중흥을 위하여 삼신당(三愼堂)이라는 건물로 조성하였습니다. <풍욕루기(風浴樓記)>에 의하면 하환정과 면세가 서로 엇갈려 마치 사람이 동석했으나 등을 돌리고 있는 것 같아서 1853년에 주도복의 후손 주상문이 매입하여 앞뒤를 고치고 현판을 풍욕루로 고쳐 달았다고 합니다.

 

- 무기연당 소나무

 

풍욕루 옆 연못가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 무기연당 소나무

 

소나무는 옆으로 비스듬히 기운 자세로 자랐습니다.

 

소나무 나이는 약 300년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수령이 무기연당의 조성 시기와 비슷합니다. 무기연당을 조성할 때 소나무를 심은 것일까요? 아니면 소나무가 있는 곳에 무기연당을 조성한 것일까요?

 

소나무는 무기연당이 있어 돋보이고, 무기연당은 소나무가 있어 돋보입니다.

 

- 무기연당 소나무

 

수령: 300년. 높이: 8m.
소재지: 함안군 칠원읍 무기리 966.

 

* 참고 문헌: <何換亭圖>를 통해 본 칠원 舞沂蓮塘과 有懷亭 일곽의 원형경관 탐색: 노재현, 손희경

 

- 무기연당 소나무

 

천년의 바람  -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