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남원 운봉의 돌장승

sky_lover_ 2021. 2. 20. 07:53

- 권포리 돌장승과 조산

 

함양과 남원·구례·곡성 등을 이어주는 길목에 운봉읍(雲峰邑)이 있습니다. 운봉읍은 분지 형태의 고원(高原)으로, '운봉'이라는 지명은 이곳에서 구름에 가려진 지리산의 많은 봉우리를 보게 된 데서 붙여졌습니다. 이곳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에 있어 역사적으로 백제와 신라 간에 많은 전투가 있었습니다.

 

운봉읍에는 돌장승이 많습니다. 특히 운봉읍 북쪽 외곽인 권포리에 2쌍의 돌장승이 있습니다. 운봉읍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 한 쌍씩 마주 보며 2쌍이 있습니다. 한 쌍은 장교리 쪽에서 오는 길과 운봉읍에서 오는 길이 만나는 곳 조금 못 미쳐 있고, 다른 한 쌍은 좀 더 마을 안쪽인 권포회관 앞에 있습니다. 이처럼 한 마을에 2쌍의 돌장승이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 권포리 돌장승1

 

마을 안쪽 관포회관 앞에 있는 권포리 돌장승1입니다.

 

돌장승 이마에 줄이 있고, 눈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코가 크고, 볼이 불거져 있으며, 귀도 있습니다. 웃고 있는 모습이 귀엽고 친근합니다. 명문은 없으며, 키는 1m 남짓 됩니다.

 

돌장승 옆에 원형으로 돌을 쌓고 그 위에 돌을 세운 조산(造山)이 있습니다. 이것은 돌장승의 비보적인 역할을 보강하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 권포리 돌장승2

 

맞은편에 있는 권포리 돌장승2입니다.

 

'대장군'(大將軍)이란 명문이 있습니다. 눈, 코, 입 등 윤곽이 희미하지만,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키는 1m 남짓 됩니다.  

 

- 권포리 돌장승3

 

장교리 쪽에서 오는 길과 운봉읍에서 오는 길이 만나는 곳 조금 못 미쳐 있는 권포리 돌장승3입니다.

 

돌장승은 눈과 코가 크고, 콧구멍과 수염이 있으며, 두 손을 맞잡고 있습니다. 돌장승 정면에 '대장군'(大將軍)이란 명문과 왼쪽 옆면에 '갑자원월일'(甲子元月日)이라는 명문이 있습니다. 이 갑자년이 어느 갑자년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 권포리 돌장승4

 

맞은편에 있는 권포리 돌장승4입니다.

 

이 돌장승에도 명문은 있으나, 마멸이 심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콘크리트 기단에 묻힌 하부에 '가정(嘉靖) 2년'이란 명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가정 2년은 중종 18년(1523년)으로 추측됩니다.

 

- 권포리 돌장승4

 

돌장승은 눈에 눈동자가 그려져 있고, 코가 크며, 귀가 크게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맞잡은 채 배시시 웃고 있습니다. 생긴 모습으로 보아 여자 장승으로 짐작됩니다.

 

- 서천리 돌장승1

 

서천리 돌장승은 서림공원의 길 양쪽에 마주 보고 있습니다. 이들 장승은 약 300년 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서천리 돌장승1에는 '방어대장군'(防禦大將軍)이라는 명문이 있습니다. 높이는 2.2m입니다.

 

- 부분

 

서천리 돌장승은 생김새가 서로 닮았습니다.

 

세모꼴 벙거지 같은 모자를 쓰고, 왕방울만 한 눈알을 험상궂게 부라리며, 주먹코는 벌렁벌렁하고, 앙다문 입 사이로 비어져 나온 굵은 송곳니가 사나워 보입니다. 둘 다 수염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 서천리 돌장승2

 

서천리 돌장승2에는 '진서대장군'(鎭西大將軍)이라는 명문이 있습니다. 높이는 2m 정도입니다. 1989년에 도난을 당했다가 되찾았다고 합니다.

 

- 부분

 

서천리 돌장승2는 좀 더 우악스럽지만, 시침 떼고 엉뚱한 척하는 표정이 외려 익살맞습니다. 돌장승의 목이 부러져 붙여놓은 자국이 있습니다.

 

<남원군지>에 의하면 서천리 돌장승2는 여자 장승으로, 부부싸움을 하다 남편 장승인 서천리 돌장승1에게 얻어맞아 목이 부러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천리 돌장승2는 턱수염과 우락부락하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보아 남자 장승으로 보입니다.

 

- 북천리 돌장승1

 

북천리 장승은 운봉면에서 인월로 가는 국도에서 왼쪽 신기리 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북천 마을 입구에 있습니다. 북천리는 운봉읍내 '북쪽 냇가 마을'에서 유래합니다.

 

북천리 돌장승1에는 '동방축귀대장군'(東方逐鬼大將軍), 북천리 돌장승2에는 '서방축귀대장군'(西方逐鬼大將軍)이라는 명문이 있습니다. 이 명문으로 보아 이들 장승은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보입니다.

 

이들 장승은 땅속에 묻혀 있어 정확한 높이는 알 수 없으나, 현재 약 1.5m 정도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 북천리 돌장승1은 해방 뒤 밑둥치가 부러져서 북천리 돌장승2보다 키가 조금 작습니다.

 

- 부분

 

북천리 돌장승1은 남자 장승입니다.

 

이 돌장승은 험상궂으면서 괴상해 보입니다. 주먹만 한 상투가 머리 위에 올라가 있고, 눈은 옆으로 치뜨고 있으며, 밖으로 드러난 송곳니가 유난히 튀어나왔습니다. 턱수염이 거칠고, 머리 형체도 일그러져 있습니다.

 

- 북천리 돌장승2

 

북천리 돌장승2은 여자 장승입니다.

 

이 돌장승은 북천리 돌장승1과 인상이 아주 다릅니다.화한 표정을 짓고 있고, 양 귀가 기다랗게 내려져 있습니다. 그 모습이 부처를 떠올리게 합니다.

 

운봉읍 안에 왜 이렇게 많은 돌장승이 있을까요?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운봉읍은 고원 지역으로,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에 있으면서 두 지역을 지어주는 길목입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