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 핀 꽃
- 이중섭, 헌병(MP)에 쫓기는 사람들, 1951, 17x11cm, 종이에 혼합재료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피란수도 부산 : 절망 속에 핀 꽃>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중앙화단을 비롯한 전국 미술계 인사 중 일부가 임시수도 부산으로 피란을 와서 '피란수도 미술문화'라는 독특한 환경을 이루었습니다. 그 당시 부산작가들과 피란작가들은 전쟁의 시련과 궁핍 속에서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면서 전쟁의 암울한 시대상과 파괴된 현실을 재현하거나 새로운 주제와 질서를 모색하였습니다.
- 이중섭, 제목미상, 1950년대, 17x12cm, 은지에 새김
이중섭은 평안남도 평원군 태생으로 일본의 문화학원에서 수학하였습니다. 그는 소, 닭, 아이와 같은 향토성 짙은 소재를 주로 그렸으며, 그의 그림에는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납니다.
6·25전쟁이 그에게 가져다준 것은 힘든 피난 생활, 가족과의 이별, 건강의 악화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암울한 전쟁기 상황을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자연과 동화되고자 하는 내면적 욕구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였습니다.
- 김환기, 판잣집, 1951, 72.5x90.3cm, 캔버스에 유채
김환기는 전남 신안군 태생으로 니혼대학 예술학원 미술부에서 수학하였습니다. 그는 한국적 서정주의를 서구의 모더니즘에 접목한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추상미술의 거장입니다.
- 문신, 아침바다, 1952, 14x45cm, 캔버스에 유채
문신은 1923년 일본 사가현 태생으로 마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후 일본 동경의 니혼미술학교 서양화과에서 수학하였습니다. 조각, 회화, 채화, 드로잉을 비롯한 미술의 전 영역에 걸쳐 활동하였습니다.
- 백영수, 게, 1953, 55x43cm, 캔버스에 유채
백영수는 유영국, 이규상, 장욱진, 이중섭 등과 함께 활동한 신사실파(新寫實派) 동인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 김영덕, 골목길, 1955, 41x32cm, 캔버스에 유채
김영덕은 충남 서생 태생으로 한국전쟁 발발 이전에 화가의 꿈을 펼치기 위해 부산에 내려왔다가 이후 기자로 활동하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부산의 초기 서양화단 발전에 이바지했습니다.
- 장욱진, 자갈치 시장, 1956, 13x18cm, 종이에 유채
장욱진은 유아적이고 토속적인 감성을 추상화한 독보적인 화가입니다. 그의 그림은 아동화(兒童畵)를 연상케 하는 특이한 기법으로 동심의 세계를 파헤치고 있는데, 검소한 색채와 화면의 평면적인 처리가 두드러집니다.
- 박수근, 모자, 1964, 34.2x20.2cm, 캔버스에 유채
박수근은 회백색을 주로 하여 단조로우나 한국적 주제를 서민적 감각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의 그림은 화강암을 연상시키는 평면적인 질감과 어두운 색상을 사용했습니다. 어두운 색상은 당시 박수근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